[영화] The Batman (2022) (더 배트맨)
* 모든 영화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 있습니다.
<더 배트맨>을 보았다.
몇 년 전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배트맨이 제작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 수년간 잊고 있다 이제야 봤다.
쿠팡플레이에서 48시간 대여. 1,300원으로 볼 수 있다.
<더 배트맨>은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 탐정 느와르물이며, 와킨 피닉스의 조커처럼 DCEU의 배트맨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영화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내리는 비와 음산한 조명으로 도시의 부패와 절망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보고 있으면 정말 한없이 어두운데 분위기도 그렇지만 실제 시각적으로도 그렇다. (영화 전체를 통틀어 딱 한 시퀀스(그것도 짧은)를 제외하곤 시간대가 전부 밤이나 저녁이다. 그냥 화면 자체가 계속 검은색이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두려움, 불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가장 불완전한 동시에 사실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심지어 이전 배트맨들처럼 내면의 고독과 어둠에 대비되는 화려한 부자로서의 삶도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보통은 한 인물의 서로 다른 면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것이 인물의 깊이감을 더해주지만
배트맨의 경우 이러한 묘사는 너무 전형이기 때문에
고독하게 고뇌하는 캐릭터로 일관성있게 그려진 것이 오히려 참신하고 깊이감 있게 느껴졌다.
역대 배트맨 중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패틴슨의 배트맨이기에 가능한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마음과 태도를 정립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꼴사나운가.
반면 메인 빌런인 리들러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부패한 관료들과 조직범죄자인 팔코네와 펭귄이 더 강렬했다.
메인 빌런의 실패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배트맨의 싸움 실력에서도 알 수 있듯) 매우 현실적으로 만들어졌는데
현실 세계에선 거대 범죄조직과 부패한 관료들이야 말로 진짜 문제이고
리들러 같은 빌런은 그저 타락한 도시가 낳은 일개 변종이기 때문이다.
평을 보면 재밌게 봤다는 사람도 있고 지루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스토리나 개연성을 중시하는 관람객들은 재미없게 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캐릭터와 연출, 분위기 같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상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면,
더불어 느와르를 좋아한다면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배트맨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역대 배트맨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감독 맷 리브스의 전작인 <클로버필드>,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 : 종의 전쟁>을 매우 재밌게 봤다.
너무 유치하지도 않고 반대로 너무 어렵지도 않은, 딱 내 수준에서 재밌게 보기 좋은 영화(휴일에 머리 비우고 맥주 마시면서 보기에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기억하고 있는 이름이다. 오늘 본 영화도 실망스럽지 않아서 차기작이 기대된다.
- 별점: ★★★★ (4/5)
- <세븐>, <조커>, <시카리오>를 재밌게 봤다면 감상을 추천.
* 저의 별점은 평가가 아니라 분류입니다.
5점 : 누가 봐도 재미나 감동을 느낄 영화.
4점 : 나는 재밌게 봤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영화.
3점 : 남들은 재밌다고 하지만 나는 그냥 그랬던 영화.
2점 : 누가 봐도 별로인 영화.
1점 : 차마 끝까지 볼 수 없었던 영화.